루비오, 워싱턴 D.C.에서 베네수엘라를 통제한다

Posted by 아디노
2026. 7. 12. 05:22 Media

그는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부, 재정, 그리고 천연 자원 배분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베네수엘라 관계는 트럼프 시대 미국의 힘이 반영된 것으로, 주권과 국제법을 고려하지 않고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현상이다.

2026년 1월 초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 군사 작전을 실행했다. 마두로와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는 미국으로 이송되어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 작전 직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문제의 실질적 총괄자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루비오는 이를 “정책을 운영하는 것”으로 설명하며 구체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공개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 증언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가 매달 예산안을 워싱턴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 판매 수익은 미국이 감독하는 계좌에 입금되며, 미국 승인 없이는 자금이 풀리지 않는다. 초기에는 카타르 계좌를 거쳤으나 이후 미국 재무부 통제 하로 옮겨졌다. 이 자금은 경찰, 보건, 행정 운영 등 기본 공공 서비스에 쓰이도록 지침이 내려지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미국산 의약품과 장비 구매에 사용하도록 유도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그러나 마두로 집권 기간 동안 생산 시설은 노후화되고 수익은 소수 측근에게 집중되었다. 미국은 마두로 퇴진 후 석유 쿼런틴(봉쇄)을 유지하며 승인된 판매만 허용하고 있다. 판매 수익의 사용처와 규모를 미국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루비오는 이를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동시에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 에너지 시장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 출신이다. 미국의 군사 작전 직후 취임했으며, 미국과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녀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은 로드리게스 정부와의 소통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미국 기업에 에너지 부문을 개방하고, 쿠바에 대한 석유 지원을 중단하며, 야권 인사 사면과 국민 화해를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은 미국이 제시한 안정화-회복-전환 3단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 주권을 상당 부분 미국에 위임한 형태다. 천연 자원 배분 역시 미국의 승인과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다. 미국은 “최대 레버리지”를 확보했다고 공언하며, 필요 시 추가 군사 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루비오는 “미국 국익이 최우선”이며, 동시에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일상적 정책 결정까지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베네수엘라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힘 중심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인 주권 존중이나 유엔·미주기구 등 다자 협의 절차는 사실상 배제되었다. 군사 작전으로 현직 국가원수를 제거하고, 이후 경제적 통제 장치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일방적 조치다. 국제법상 국가 주권과 내정 불간섭 원칙은 힘의 우위 앞에서 후퇴했다. 미국은 이를 “나르코 테러리스트 정권 제거”와 “지역 안보 위협 해소”로 정당화하지만, 결과적으로 승자가 자원의 배분과 정부 운영 방향까지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6년 7월 현재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과도기 상태다.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의 180일 임기가 만료되었으나 명확한 선거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민주적 정상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지진 피해 대응 과정에서도 정부 역량 부족이 드러나면서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로드리게스 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며 석유 수익 통제와 정책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은 트럼프 시대 미국 외교의 본질을 드러낸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약한 국가의 핵심 자원과 재정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주저 없이 행사한다. 주권과 국제법은 그 힘 앞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진다. 베네수엘라는 그 실험의 가장 최근 사례다. 워싱턴에서 결정된 예산안과 자원 배분 계획이 카리브해 건너 한 나라의 일상을 규정하는 현실은, 21세기 국제 질서에서 강대국 권력이 여전히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