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 기업 17곳 대상 대규모 불법 인력 스카우트 수사, 반도체·AI 핵심 인재 빼가기 차단, 330명 동원, 64곳 압수수색
대만 법무부 조사국은 5일 중국 기업 17곳이 대만 반도체 및 첨단기술 인력을 불법적으로 스카우트한 혐의로 대규모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조사관 330여 명이 동원돼 64곳을 수색하고 114명을 심문했다.
이번 수사는 대만 정부 차원에서 중국 기업의 ‘위장 채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직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조사국은 “전 세계가 AI 연구개발에 자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대만은 반도체 제조와 IC 설계 산업의 깊은 기반 위에 구축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핵심 첨단기술 인력이 중국 기업에 표적이 돼 빼앗기는 문제가 발생해 대만의 핵심 경쟁 우위가 침식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대부분 대만 또는 해외 자본 기업으로 위장하거나, 허가 없이 사무소를 차리고, 인력 컨설팅 업체를 통해 직원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정체를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만 현지에서 반도체 장비, IC 설계, 칩 설계, 배터리, 복합소재 등 분야의 전문가를 불법으로 채용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만 법률은 중국 자본의 반도체 설계 분야 투자를 금지하고, 패키징 등 일부 분야도 사전 심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합법적으로 대만에서 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조사국이 공개한 주요 기업에는 상장사들도 포함됐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성메이반도체(ACM Research Shanghai), IC 설계 업체인 궈커웨이(國科微電子·Goke Microelectronics), 소비재 배터리 업체인 주하이관위(珠海冠宇電池·Zhuhai CosMX Battery), 칩 설계 업체인 쥐신커지(炬芯科技·Actions Technology)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궈커웨이(國科微電子)는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투자를 받은 중점 IC 설계 기업으로, 2021년 미국 상무부로부터 ‘군사 최종 사용자(MEU)’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또 탄소섬유 복합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권인 장쑤아오성(江蘇澳盛複合材料)도 홍콩 법인을 통해 대만에 위장 법인을 세운 혐의를 받고 있다. 주하이관위는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배터리 출하량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는 기업으로, 대만 경제부가 이미 사무소 허가를 취소했음에도 계속 인력 채용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타이베이 검찰이 쥐신커지를, 신베이 검찰이 6개 기업(쥐취안광전, 베이징신메이, 웨이안전자, 쿤팅지능, 룽청지현, 종후이심광 등)을, 타오위안 검찰이 4개 기업(위양전자, 아오성복합재료, 궈커웨이, 자오통웨이전자)을 각각 수사하고 있다. 타이난·가오슝·신주 등 다른 지역 검찰도 각각 1~2개 기업을 담당했다.
이번 수사는 4월부터 기획된 것으로, 조사국은 타이베이·신베이·스린·타오위안·신주·타이난 등 6개 지방검찰청과 9개 외근조사처가 협력해 동시 수사를 벌였다. 피고인들은 양안인민관계조례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 신문 후 대부분 보석으로 풀려났다.
대만은 이미 올해 3월에도 비슷한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11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185명의 요원이 49곳을 수색하고 90명을 심문했다. 이번 수사는 그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대만이 AI와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인재 유출을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의존하는 첨단 칩의 대부분이 대만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미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국 첨단 칩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만의 숙련된 엔지니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조사국은 “중국 기업들이 대만 인재를 빼가려는 시도가 대만의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 중 일부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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