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직격탄… 최대 정유사들에 경유·휘발유 수출 전면 중단 명령
중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에 대응해 국내 최대 정유사들에 경유와 휘발유 수출을 전면 중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는 2026년 3월 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 데 따른 직접적인 후속 조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3월 2일 공식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됐다고 선언했다. IRGC 해군 관계자는 “해협은 이슬람 공화국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으며,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불태우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며칠간 드론 공격, 미사일 발사, GPS 교란 등으로 상업 선박 통행이 거의 중단됐다. 위성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해협 통과 선박 수가 80~94% 급감했으며, 수백 척의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입구나 UAE 푸자이라 인근에 정박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 부분이 차단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와 가스 수출 통로로 기능한다. 하루 평균 1,4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곳을 통과하며, 그중 75~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전체 수입량의 약 44~5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를 거친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원유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3월 5일 시노펙(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PetroChina), 그리고 기타 주요 국영 정유사 임원들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NDRC는 구두 지시를 통해 경유(diesel), 휘발유(gasoline)를 포함한 주요 정제유 제품의 해외 수출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미 체결된 수출 계약에 대해서도 협상을 통해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요구했다. 새로운 수출 계약 체결 역시 전면 금지됐다.
이번 조치의 핵심 목적은 국내 에너지 공급 안정화와 전략 비축량 확대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 석유 비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원유 수입 차질이 현실화되면 정유 공장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수입 원유 대신 국내 생산분과 비축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수출로 빠져나가던 정제유를 내수 시장으로 돌려 물가 급등과 물류 차질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경유는 트럭·건설 장비·농기계 등 산업·물류 부문에서 핵심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 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국제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시아 지역 경유와 휘발유 선물 가격은 소식 직후 급등했다. 브렌트유와 WTI도 이미 봉쇄 선언 이후 8~10% 이상 상승한 상태에서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장기 봉쇄 시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호주, 인도 등 중국 정제유를 수입하던 국가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느라 분주하다. 특히 태국과 필리핀은 이미 자국 정유사들의 석유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 해군은 유조선 호위를 강화하고 필요 시 직접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중앙사령부는 이미 이란 해군 함정 다수를 격침했다고 주장하며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개입과 무관하게 자국 중심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중동 리스크에 대한 독자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미국 주도의 에너지 안보 프레임에서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수출 중단이 아시아 전체 석유 제품 수급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비축유 방출, 수입 다변화, 혹은 자체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비축량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봉쇄가 수주 이상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선박이 AIS(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위험을 감수하며 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상업 선사는 보험사들의 전쟁 위험 보장 중단과 높은 추가 보험료로 인해 운항을 보류 중이다. 국제 사회는 긴급 외교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해협 재개방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이란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결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중국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수출 제한을 넘어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국가적 비상 대응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에너지 공급망 붕괴에 선제적으로 몸을 낮춘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향방은 앞으로 며칠에서 몇 주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Me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국 경제의 새로운 시대: 2026년 GDP 성장 목표 하향 조정의 배경과 함의 (0) | 2026.03.06 |
|---|---|
| 미주 방패 정상회의: '돈로 주의'의 부활과 서반구 안보 강화 (1) | 2026.03.06 |
| 이란 테헤란, 가자지구와 베이루트의 전철을 밟고 있다: 민간 시설 내 IRGC, 바시지 은신 전략과 그 파장 (0) | 2026.03.05 |
| 트럼프, 이란 정권 축출 노린다… 내부 무장 세력 지원 검토 중 (0) | 2026.03.04 |
| 연방대법원, 6대 3으로 뉴욕 민주당 측 게리맨더링 시도 기각… 스태튼아일랜드 공화당 의석 유지 확정 (0) | 202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