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서영교의 ‘국선변호인’ 발언이 불러온 파장
8월 4일 X(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다시 한 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을 상기시켰다. 게시물 작성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국민들은 범죄 피해자들이 이의 신청 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그에 따른 변호사비 부담 우려를 말하고 있는데 어제 서영교는 국선변호인 있다는 개소리를 했다고….?”라고 적으며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방송 발언을 문제 삼았다. 게시물에는 서 위원장이 출연한 방송 영상과 관련 그래픽이 함께 첨부돼 있었다.

영상 속 서영교 위원장은 약자와 관련된 사건(아동 학대, 성폭력 등)과 살인 같은 강력한 범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무조건 나라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했다. 그게 바로 국선변호인”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피해자가 막대한 변호사비를 들여야… 똑같은 범죄 피해자라도 경제력에 따라 고통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변호사비 부담을 강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의 대립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 보완수사권 폐지가 가져온 변화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재석 178명 중 찬성 175표로 가결된 이 법안은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는 더 이상 직접 수사나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필요시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여당은 이를 “78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이자 “수사·기소 완전 분리”의 완성으로 평가한다. 서영교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으로서 법안 처리를 주도하며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주체를 고발인까지 확대하고, 사건기록 열람·등사 권한을 부여하는 등 피해자 보호 장치도 일부 넣었다. 7대 사회적 약자 범죄(아동학대, 성범죄, 스토킹 등)에 대한 전건 송치 방안도 논의됐다.
### 피해자 변호사비 부담, 현실적인 우려
문제는 이의신청 과정이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을 때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려면 사실상 변호사 조력이 필수적이다. 이의신청서를 작성하고, 부족한 수사 부분을 지적하며, 기록을 검토하는 작업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의신청 관련 변호사 비용이 수백만 원 이상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제력이 부족한 피해자는 사실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같은 범죄 피해자라도 경제력에 따라 구제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부실 수사를 바로잡는 경우가 있었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경찰 송치 사건 중 상당수가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쳤다. 이제 그 장치가 사라지고 ‘요구권’만 남으면서, 피해자가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해 싸워야 하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와 피해자 지원 단체에서는 “경찰 수사관을 잘 만나야 권리를 구제받는 시대”가 됐다고 표현한다.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 의존도가 높아지고,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법률 비용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미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 서영교의 ‘국선변호인’ 주장, 어디까지 맞나
서영교 위원장이 언급한 국선변호인 제도는 실제로 존재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학대 관련 법률 등에 따라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 피해자 등에게 국선변호사가 지원된다. 최근에는 특정강력범죄(살인, 강도, 조직폭력 등)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사 지원이 확대됐고, 19세 미만이나 심신미약 피해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특정 범죄 유형에 한정된다. 일반 폭행·상해, 사기, 명예훼손 등 일상적인 민생 범죄 피해자가 경찰 불송치에 이의를 제기할 때 자동으로 국선변호인이 붙는 구조는 아니다. 서 위원장이 “약자와 관련된 경우, 아동 학대, 성폭력, 그리고 아주 강력한 범죄, 살인사건 이런 거는…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했다”고 말한 부분은 기존·확대된 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생기는 일반 피해자의 변호사비 부담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선변호사 제도 자체도 인력과 보수 문제로 한계가 지적돼 왔다. 보수가 낮아 전문성 있는 변호사가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지원 범위가 좁아 실질적 조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서 위원장의 발언은 “특정 취약계층과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국민 다수의 민생 범죄 피해 상황에서 느끼는 부담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남은 과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 기록 열람권을 강화하는 등 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와 야당, 일부 피해자 단체에서는 “부실 수사에 대한 실질적 견제 장치가 약화됐다”, “피해자가 스스로 법률 비용을 감수하며 싸워야 하는 구조가 됐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 수사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검사가 직접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부당한 불송치 결정을 효과적으로 다툴 수 있는 실질적 경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국선변호인 제도를 일부 확대했다고 해서 모든 피해자의 권리 구제 공백이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서영교 위원장의 발언이 “개소리”라는 거친 비판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범죄에 대한 지원을 전체 피해자 보호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 실제로 이의신청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경제력이 약한 피해자들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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