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미 전쟁부 '최후통첩' 정면 거부…“클로드, 미국인 대규모 감시·완전자율 살상무기 사용 불허” 입장 고수
인공지능(AI) 선도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미국 전쟁부의 강경한 최후통첩을 거부하며 공개적인 정면충돌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26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전쟁부의 요구를 “양심상 수용할 수 없다”며 기존 윤리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배경: 2억 달러 계약에서 촉발된 갈등
앤트로픽은 지난해 7월 미 전쟁부와 약 2억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AI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자사 플래그십 모델 클로드(Claude)는 미군의 기밀망(분류정보 시스템) 내에서 최초로 운용 가능한 프론티어 AI 모델이 됐다. 클로드는 정보 분석, 해킹 지원, 작전 계획 수립 등 다양한 군사 임무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올해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전쟁부는 기존 계약 조건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전쟁장관은 모든 AI 공급 계약에 “모든 합법적 용도(all lawful purposes)” 조항을 일괄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앤트로픽이 설정한 두 가지 핵심 제한을 철폐하라는 의미였다.
- 미국 시민 대상 대규모 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 금지
- 인간 통제 없는 완전 자율형 살상 무기(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사용 금지
앤트로픽은 이 두 가지를 “절대 넘지 않을 레드라인(red lines)”으로 명확히 규정해 왔으며, 회사의 84쪽 분량 ‘헌법(Constitution)’ 문서와 Responsible Scaling Policy에도 명시되어 있다.
헤그세스 장관의 최후통첩
2월 24일(현지시간) 헤그세스 장관은 앤트로픽 CEO 아모데이와의 긴급 회동에서 직접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 마감 시한: 2월 27일 오후 5시 1분(미 동부시간)
- 요구 내용: 클로드의 군사적 사용에 대한 모든 제한 철폐 및 “모든 합법적 용도” 허용 계약 서명
- 불응 시 조치:
1. 기존 2억 달러 계약 즉시 해지
2.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지정 → 일반적으로 중국 등 적대국 기업에 부과되는 조치로, 미 정부 및 방산업체와의 모든 거래 차단
3.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 발동 → 냉전 시기 제정된 법으로, 기업의 기술·자원을 정부가 강제 징발·우선 배정할 수 있는 초강수
앤트로픽의 최종 입장
26일 아모데이 CEO는 회사 블로그와 공식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미국 전쟁부와 계속 협력하고 싶지만, 미국 시민 대규모 감시나 인간의 판단을 완전히 배제한 살상 결정에 클로드가 사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극히 좁은 범위의 사례입니다.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앤트로픽은 전쟁부가 최근 제시한 타협안(감시·자율무기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 수준)조차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평가하며 거부했다.
경쟁사들의 태도와 산업계 파장
현재 구글(Google), 오픈AI(OpenAI), xAI(xAI·일론 머스크) 등 주요 경쟁사들은 이미 전쟁부의 “모든 합법적 용도”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만이 유일하게 윤리적 제한을 고수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다음과 같은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민간 AI 기업이 군사용 기술에 대해 독자적인 윤리적·법적 제한을 둘 수 있는가?
-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간 기업의 기술과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가?
- AI 안전 최우선을 표방하는 기업이 군사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
현재 상황 (2월 27일 오전 기준)
마감 시한이 불과 수 시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쟁부는 DPA 발동보다는 공급망 위험 지정과 계약 해지를 우선 실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끝까지 버틸 경우 법적·정치적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술·안보 전문가들은 “이 충돌은 AI 시대의 군민 관계를 재정의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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