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메카에서 공동 방위 협정 체결,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 지역 안보 협력 새 틀 마련

Posted by 아디노
2026. 8. 7. 21:19 Media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2026년 8월 7일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메카 공동 방위 협정(Makkah Joint Defence Agreement)’에 서명했다. 세 나라는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조항을 명시하며, 중동 지역 안보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메카 알사파 궁전에서 두 정상을 맞이해 ‘메카 알무카라마 공동 방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세 지도자는 역사적 유대와 이슬람 형제애,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바탕으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은 어떤 형태의 침략 행위에 대해서도 집단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세 국가 중 어느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또한 국방 협력의 모든 측면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통신(SPA)과 파키스탄 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이 협정은 세 국가의 집단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안보·안정을 증진하며,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추구하는 공동 의의를 반영한다.

튀르키예 당국자는 이 협정이 순수 방어적 성격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국가에도 개방돼 있으며, 기존의 양자 또는 다자 협정을 대체하거나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협상은 약 1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최근 중동 정세 악화가 타결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정은 2025년 9월 사우디와 파키스탄이 체결한 전략적 상호 방위 협정(Strategic Mutual Defence Agreement)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협정에서도 “한쪽에 대한 공격은 양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 원칙이 포함돼 있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유일의 핵보유국으로, 사우디에 대한 군사 훈련과 기술 지원을 수십 년간 제공해 왔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군함과 훈련기 교환 등 기존 국방 협력을 이어왔다. 튀르키예는 나토 내 두 번째로 큰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드론 등 첨단 군사 기술과 방위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우디는 에너지 자원과 이슬람 성지 관리국으로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제공한다.

협정 체결 배경에는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급격히 악화된 중동 정세가 있다.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은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한 에너지 수송을 봉쇄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사우디 핵심 인프라와 석유 시설이 반복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걸프 국가들의 안보 취약성이 드러났다. 세 나라는 모두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수니파 주요 국가로, 지역 혼란 속에서 집단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서명식은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에서 이뤄져 상징적 무게를 더했다. 샤리프 총리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사우디를 방문해 움라 순례를 수행한 뒤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제다를 거쳐 메카로 이동해 회담에 임했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중동 안보 구도에 새로운 축을 형성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사우디의 재정과 지정학적 영향력, 튀르키예의 군사기술과 나토 표준 방위산업, 파키스탄의 핵 억제력과 실전 경험이 결합된 형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군사적 의무 이행 방식과 공동 작전 체계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 나라는 공동 군사훈련, 기술 이전, 정보 공유, 방위산업 협력 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협정은 기존 양자 관계를 다자 틀로 확장하면서도, 공격적 군사 블록이 아닌 방어적 협력 체제임을 강조한다. 지역 안보 아키텍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움직임으로, 향후 다른 국가의 참여 여부와 실제 억제력 발휘 수준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