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신임 총사령관 미하일로 드라파티, 병사들이 희망을 거는 ‘소방관 장군’과 전선 현장의 반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장군을 해임하고 43세의 미하일로 드라파티 소장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시르스키가 60세로 구소련 시대에 군 경력을 시작한 세대라면, 드라파티는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 군 체제 안에서만 성장한 세대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지휘관 교체가 아니었다. 국방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 해임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와 군 내부의 개혁 요구가 맞물리면서 나온 결정이었다.
드라파티는 1982년 11월 21일 서부 우크라이나 카미야네츠-포딜스키에서 태어났다. 2004년 하르키우 전차병 학교를 졸업하고 72 독립기계화여단 중위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책상 위 장교가 아니라 전선에서 경력을 쌓아 올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분쟁 초기에 그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소령 계급으로 72여단 2대대장을 맡았을 때, 마루폴 경찰서가 친러 세력에 포위되자 보병전투차량을 직접 몰고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는 장면을 남겼다. “가!”라고 외치며 장애물을 넘은 그 영상은 당시 우크라이나 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해 여름, 루한스크 주 체르보노파르티잔스크 인근에서 포위된 아군 26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이끌고 3일간의 돌파 작전을 성공시켜 아군 진영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사자는 한 명이었다. 이 공적으로 그는 보흐단 흐멜니츠키 훈장을 받았고, 이후 58 독립자동차화보병여단장을 역임하며 전선 지휘 경험을 쌓았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드라파티는 ‘소방관 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위급한 전선에 긴급 투입되어 상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반복적으로 맡았기 때문이다. 2022년 남부 전선에서 카호우카와 크리비리흐 작전집단을 지휘하며 러시아군의 크리비리흐 진격을 막고 헤르손·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일부 지역을 탈환하는 데 기여했다. 2024년 5월 하르키우 방면 러시아 공세가 시작되자 하르키우 작전전술집단 지휘관으로 임명되어 전선을 안정시켰고, 그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에 올랐다. 그는 지상군 사령관 시절 모병 체계의 부패 요소를 줄이고 훈련 시스템을 개선하며 현장 지휘관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훈련소 피격으로 12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한 사건 이후 “명령 이행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이후 합동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동북부 전선을 담당하다가 이번에 총사령관으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의 직접적 계기는 페도로프 국방장관 해임이었다. 2026년 1월 취임한 페도로프는 드론·무인체계·사이버 분야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며 젊은 세대와 전선 병사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시르스키를 비롯한 기존 지휘부와의 갈등이 깊어졌고, 7월 15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부 개편 과정에서 페도로프를 제외하자 키이우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페도로프 복귀와 함께 시르스키 교체를 요구했다. 드라파티는 페도로프의 개혁 노선에 공감하는 인물로 평가받았고, 군 내부에서도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페도로프 본인도 드라파티 임명을 “신선한 바람이자 새로운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인지상차량(UGV) 운용병은 “시르스키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러시아 공세를 막아낸 장군으로 역사에 남았다면, 드라파티는 러시아에 승리를 거둔 장군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82 공수여단 출신 소령 피즈루크는 2024년 보우찬스크 전투에서 드라파티 아래에서 싸운 경험을 떠올리며 “작전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부하들과 거리 없이 소통하는 지휘관”이라고 평가했다. 2 하르티야 군단의 무인체계 부대 지휘관은 “지상 로봇 활용에 전향적인 인물”이라며 “시르스키를 대체할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100 기계화여단 드론 부대 소속 병사 안드리이는 “인력 운용에서 더 합리적인 접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인체계군 장교 알렉스는 “실제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지휘관”이라며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사들이 드라파티에게 기대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혁신 도입 속도를 높이고, 전선에서 쌓인 전투 경험을 실제 제도 변화로 빠르게 연결하며, 무인·로봇 체계를 대폭 확대하고, 현장 지휘관에게 신속한 결정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한 운용병은 “우크라이나는 독특한 전투 경험을 축적했다. 우리의 최대 이점은 적보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고, 성공 사례를 확대하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 빈치 울프스 전 의무병 드미트로 코자틴스키는 “부하의 말을 경청하는 새로운 물결의 장군”이라며 “드라파티와 페도로프가 함께한다면 승리를 이끌 드림팀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는 텔레그램에 “신임 총사령관이 맡게 될 일은 상상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략연구소 연구원 미콜라 비옐레스코프는 “드라파티가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총참모장과 국방장관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꼽았다. 시위대는 여전히 페도로프의 국방장관 복귀를 요구하고 있고, 페도로프 본인은 자문직을 거부하며 정식 장관직을 고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인력 부족, 모병난, 피로 누적, 미완의 군단 개편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드라파티가 강조해 온 ‘개인 책임’ 문화와 기술 중심 개혁이 실제로 전선에 얼마나 빠르게 스며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는 과거 훈련소 참사 이후 자진 사퇴하며 “책임지지 않는 군대는 내부에서부터 죽는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 소신이 총사령관 자리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병사들은 지금 지켜보고 있다.
드라파티의 임명은 우크라이나군이 구세대 지휘 체계에서 벗어나 현장 경험과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선에서 그를 지켜본 병사들의 기대는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은 기대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의 몇 달이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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