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 10명 중 9명 “투표사무 행안부 이관” 사전투표 전면 폐지 의견도 40% 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조차 현행 선거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관위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 직원의 88.5%가 투표사무를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전투표제에 대해서도 전면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였다는 내부 인식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선관위 노조의 ‘조직쇄신 및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는 지난 7월 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내부 커뮤니티를 통해 익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 선관위 현원 3007명(5월 기준) 중 1138명이 참여했다. 외부 여론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을 직접 담았다는 점에서 선관위의 현재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응답자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선행 과제로(복수 응답) 투표사무의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이관을 80%(910명)가 꼽았다. 사전투표제 개편 등 선거시스템 전면 개편 역시 80%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어 선거관리업무 전반 재검토(72.6%), 선거관리 업무에 과부하를 주는 불필요한 업무 조정(71.3%) 순이었다.
구체적으로 ‘투표업무 행안부 이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이 88.5%(1007명)에 달했다. 현행 유지 등 기타 의견은 11.5%(131명)에 그쳤다. 선관위 직원 대다수가 조직의 핵심 업무인 투표 관리를 다른 기관에 넘기자고 밝힌 셈이다. 다만 선거사무 이관 문제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위헌 논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7월 2일 “선관위는 설립 취지에 반해 선거사무를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사전투표제도에 대한 인식도 비판적이었다. ‘전면 폐지’가 41.4%(474명)로 가장 많았고, ‘사전투표 기간이나 시간 조정’ 30.2%(346명), ‘부재자투표 도입’ 21.8%(250명)가 뒤를 이었다. 전면 폐지부터 운영 방식 조정까지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응답자의 93.4%가 현재의 사전투표 방식은 손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현행 사전투표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선관위의 견제 방식에 대해서는 ‘내부직원과 외부직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54.4%(619명)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회 소속 감사위원회는 20.4%(232명), 감사원 직접감사는 12.8%(146명)에 그쳤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선관위가 내부적으로도 외부 견제 강화보다는 혼합형 감사 체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직원들이 지적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복수 응답)도 주목할 만하다. 중앙위원회 정책 수립 과정의 현장성 부족(54.8%), 상급위원회의 적시 대응 부족(52.9%), 잔여 투표용지 보관 부담에 따른 축소 결정(50.2%), 투표용지 부족 대응 매뉴얼 부재(44.2%) 등이 꼽혔다. 일선 직원들이 느끼는 구조적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당일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7194장의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은 26곳이었고, 중단 시간은 최소 4분에서 최대 105분에 달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됐고,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이전 6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춘 것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7월 23일 과천 중앙선관위와 송파·강남·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진상 규명이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투표자 수 통계 입력 과정에서의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최보윤 의원은 “선관위 내부에서조차 현행 선거관리 체계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설문은 투표지 부족 사태가 일선 직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실패였다는 내부 고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국민특검을 통해 책임 소재를 끝까지 밝히는 동시에 선거관리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 공정 선거와 참정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번 내부 설문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포자기’식 현실 인식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투표사무 이관과 사전투표제 개편, 조직 쇄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회와 정부, 선관위가 어떤 실질적 개혁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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