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 마감 뒤에도 투표자 수 수백 명씩 줄거나 늘어, 선관위 통계 조작 정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최종 투표자 수가 선거 당일 현장에서 취합한 수치와 크게 어긋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인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마감 기준 투표자 수가 30% 가까이 줄어든 반면, 다른 곳에서는 10% 이상 늘어나는 등 오차가 수백 명에 달했다. 투표가 끝난 뒤에도 통계가 임의로 조정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일 중앙선관위가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에 제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자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3천558개 읍·면·동 중 절반이 넘는 1천971곳에서 현장 취합 투표자 수와 최종 투표자 수 사이에 크고 작은 차이가 발견됐다. 오차 범위가 100명 이상인 읍·면·동은 29곳으로, 서울·경기·전북·충남·강원·경북·부산 등 전국에서 고루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안성시 공도읍 제4투표소다. 선거 당일 오후 6시 기준 투표자 수는 2천105명이었으나, 최종 공개된 투표자 수는 1천494명으로 611명이 줄었다. 오후 6시 수치의 약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 제1투표소도 1천358명에서 1천42명으로 316명이 감소했고, 고양시 덕양구 행신4동 제2투표소는 916명에서 683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최종 투표자 수가 현장 집계보다 늘어난 곳도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1동에서는 오후 6시 기준 7천137명이었던 투표자 수가 최종 7천922명으로 785명 증가했다. 광안1동 제2~5투표소는 오후 5시와 6시 투표자 수가 동일하게 기록돼 마감을 앞두고 투표자가 전혀 늘지 않다가, 최종 집계에서 갑자기 8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평택시 비전1동은 투표소마다 100여 명씩 오차가 발생해 총 348명이 늘었고,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2동 제7투표소는 오후 6시 968명에서 최종 164명이 증가해 약 17%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2동과 송파구 가락2동에서는 최종 투표자 수가 각각 147명, 98명 늘었고, 송파구 거여2동은 오히려 102명 감소했다.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도 오후 6시 기준 7천680명이었던 투표자 수가 최종 7천299명으로 381명 줄어드는 등 서울 전체 427개 행정동 중 337곳(약 78.9%)에서 오차가 확인된 바 있다.
선거 당일 투표자 수는 각 투표소에서 투표관리관이 수작업으로 확인해 읍·면·동 선관위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이후 읍·면·동 선관위가 전산에 입력하면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이를 확인하는 구조다. 투표를 마감하면 잔여 투표용지 매수를 확인해 잠정 투표자 수를 보고하고, 최종 투표율은 개표 결과에 따른 실제 투표지 수로 확정된다. 수작업 취합 과정에서 오입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선관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선관위가 정식 절차를 거쳐 오입력을 수정하지 않고, 다른 투표소에 수치를 분산 입력하거나 다음 시간대 투표자 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조정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낮 시간대 오입력은 분산 입력으로 맞출 수 있었지만, 투표 마감이 임박했거나 마감 이후에 오입력이 확인된 경우에는 다른 방식의 수치 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선관위가 오입력을 수정하기 위해 선거 종료 이후에도 투개표시스템에 재접속한 내역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허위 입력이나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합수본은 앞서 중앙선관위와 서울·경기·충북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범위를 넓혀왔다. 선거 당일 중앙선관위가 “큰 오류가 없으면 가감해 보고 가능하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려보내고, 오입력이 발생한 지역에 조작된 수치가 담긴 엑셀 파일을 참고용으로 전달한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선관위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잠정 수치여서 실제 투표자 수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당일 공개되는 투표율 추이는 유권자들이 투표 여부를 결정하고, 각 후보 캠프가 막판 투표 독려에 나서는 핵심 지표다. 이를 제때 수정하지 않거나 임의로 조정한 것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자료는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이 중앙선관위에 요청해 받은 분석 결과로, 투표 마감 이후에도 통계가 크게 달라진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첫 공식 자료에 해당한다. 합수본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선관위가 선거 종료 이후에도 시스템에 접근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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